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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을 보고

곡성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을 보았습니다.

처음 볼 때는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지 않았는데 삼일후에 생각이 나서 다시 훓어 보았더니 모든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곡성에서 발생하는 비참한 사건들은 화면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곡성의 모습과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무당 일광(황정민 님)이 등장하는 중반까지는 대부분 사실에 기초한 내용을 다룬 것으로 보입니다. 즉 곡성 산에서 번식한 독버섯으로 인한 것입니다. 첫 살인사건부터 무당 일광이 등장하기까지 카메라는 주요 사건속에서 독버섯으로 인한 사건의 ‘팩트’를 분명히 전달합니다.

경찰관 종구는 신문에 나온 독버섯으로 인한 살인사건의 기사를 무시합니다. 종구의 딸 효진이가 어떻게 병에 걸렸느냐의 문제도 산에서 정상 버섯인 줄 알고 먹었던 독버섯에서 비롯됐다고 가정한다면 모든 문제가 풀립니다. 일본 사람의 집에서 가져왔다는 신발도 산에 가서 잃어버린 것을 일본 사람이 주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효진이가 피부병으로 치료를 받는 병원의 TV 방송 자막에는 독버섯으로 만든 영양식품으로 피해가 심각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무당 일광이 종구의 집에 왔을 때 간장독을 가져 오라고 합니다. 그 장독을 부수니 죽은 까마귀가 나옵니다. 아마도 일광은 자신을 소개한 사람에게 미리 얘기해서 까마귀를 넣어 놓기로 약속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첫 살인사건이 날 때 보였던 돼지가 시사하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산에서 죽은 돼지를 잡아 팔던 가게주인과 그 친구들이 나중에 보였던 이상한 행동과도 연관을 지을 수 있습니다. 즉 이들은 간접적으로 독버섯을 먹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설마 독버섯으로 그 정도의 사건이 발생할 수 있겠느냐며 무시해 버립니다. 사건은 독버섯으로 인해 계속 커져만 갑니다. 관객들은 자신이 선택한 의심의 실마리를 잡고 계속 상상력을 키워 갑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각자의 몫입니다.

이러한 독버섯으로 인해서 사건은 다음단계로 업그레이드합니다. 그것은 바로 무당 일광이 종구의 딸 효진이를 방문하면서 부터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보이는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으로 판단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잘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각본을 쓴 나 감독이 의도한 것은 무당 일광이 등장한 후반 부터인 것으로 보입니다. 영과 육이 뒤섞여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중간까지 독버섯으로 논리적인 생각을 해 오던 사람들도 여기부터는 약간씩 헷갈려 가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영화 초반부에 자막으로 제시한 누가복음 24장 39절을 통해 더욱 분명해집니다.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에 육체를 가진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이것을 믿지 못합니다. 도마가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일본사람이 동굴에 있을 때 부제 이삼이 그의 정체를 알아보기위해 방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손에 못자국을 보여주다가 나중에는 악마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부제 이삼의 마음에 있었던 의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성령’에 대해 다시한번 새겨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 성령과 악령은 처음부터 별개의 존재로 생각하지만 성경은 그것이 한 근원으로부터 나왔다고 말합니다. 타락한 천사의 경우도 그 한 예라고 보여집니다.

‘영'(Spirit)은 헬라어로 ‘프뉴마’라 합니다. 이 프뉴마에 거룩한 무엇이 더해지면 거룩한 프뉴마 즉 ‘성령’이 됩니다. 이 프뉴마에 악한 무엇이 가미되면 악한 프뉴마 즉 ‘악령’이 됩니다. 헬라어 원문 사전을 찾아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현재 보수신학 입장과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듯 보입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영’적인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나의 삶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는 각자의 몫으로 보입니다. 성경을 깊이 분석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 시사회에서 기독교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이 영화는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기독교만 믿으면 다 복받는다는 한국사람들의 생각속에 무언가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보입니다.

Ston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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